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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홍 기자]









▲ 지하철의 빈 좌석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입니다.


ⓒ zheng2088(pixabay)




오랜만에 1호선 열차를 탄 날이었다. 애매한 오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열차 안은 승객들로 붐볐다.

나는 먼 길을 가야 했는데, 운이 좋게도 빈자리에 앉을 전주개인돈 수 있었다. 내가 앉은 좌석은 임산부석 옆자리. 임산부석은 잠시 동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점차 사람이 많아지자 한 아주머니가 조심스레 임산부석에 앉았다. 다행히 주위에 임산부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아주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였는지, 임산부석에 앉아 있는 와중에도 다른 자리가 생기지는 않 신용카드 발급조건 는지 열차 안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던 중 맞은편 일반 좌석에 빈자리가 생겼고 아주머니는 재빨리 자리를 옮겼다. 이제 임산부석은 다시 주인을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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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입니다.


ⓒ klimkin(pixabay)




얼마 지나 간이사업자 등록 지 않아 시각장애인 한 분이 열차에 올랐다. 옆에는 장애인활동지원사로 보이는 분도 있었다.

열차 안은 이미 만석이었다. 서 있는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두 사람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시각장애인 아저씨는 함께 있던 아주머니를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선생님, 지금 사람이 많은 쇠고기 가 봐요?"
아저씨의 질문에 아주머니는 살짝 미소를 보이며 "네 오늘은 많네요"라고 답했다. 그리고서는 이렇게 덧붙였다.
"바로 앞에 임산부석이 한 자리 비어 있어요. 여기라도 잠깐 앉아 계실래요?"
그러자 아저씨는 단호한 어투로 "괜찮아요. 임산부석은 비워둬야 해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제야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핑계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혹여나 무례하게 느껴지면 어쩌지'라는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활동지원사 선생님께 "여기 앉으시겠어요?" 하고 물었다. 그런데 환하게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고민이 되었다. '더 적극적으로 권해야 했을까?', '한 번만 더 여쭤볼까?'와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스쳤다.
시각장애인의 그날 이야기
시각장애인 아저씨는 다시 임산부석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임산부석은 앉으면 안 된다"는 말을 시작으로 얼마 전 전해 들었다던 아는 동생의 불쾌했던 그날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선생님, 제가 아는 여동생도 시각장애인이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지하철을 혼자 탔나 봐요. 그때 되게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고 말해줬어요."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불편했지만, 듣지 않으려 해도 들릴 수밖에 없는 거리와 소리였다.
"저는 모르지만, 그 동생이 체격이 큰가 봐요. 그래서 어떤 할머니가 임산부석에 앉으라고 손을 잡아끌더래요. 괜찮다고 말했는데도 몇 번을 끌고 가서 앉혔대요."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몰입이 되어 버렸다. 아,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할머니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민망했을 것 같다.
"어머, 놀랐겠네요. 그래서 어떻게 했대요?"
활동지원사 선생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내가 (물을 수는 없으나) 묻고 싶은 질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냥 내렸다고 한 것 같아요. 괜찮다고 하는데도 아무 말 없이 자꾸 끌고 가니까요. 그게 너무 당황스럽고 기분이 나빴대요."










▲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입니다.


ⓒ AbsolutVision(pixabay)




배려에도 매너가 필요하다

나는 한 번, 양보의 표현을 하고 나서 두 번은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시각장애인이 들려주는 그들의 고충을 생생하게 전해 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누군가는 양보를 고맙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한 행동이 나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배려하고자 할 때,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나는 좋은 마음이었을지 몰라도, 상대방은 오히려 당황스러움을 넘어서서 불쾌함까지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즉 배려가 배려로 온전히 가닿았을 때,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를 배려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임산부석은 다른 아저씨의 차지가 되었다. 은은하게 풍기는 소주 냄새가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시각장애인 아저씨는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깨고, 임산부를 '배려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목적지까지 구석 자리에 서서 임산부를 배려한 그는 씩씩한 걸음으로 열차에서 내렸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양보와 배려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그 주체가 사회적약자일지라도, 우리가 그들에게 '배려받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배려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기억해 준다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