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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전 세계는 이미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대형 산불과 극한 폭염, 유례없는 가뭄과 홍수가 일상이 되었고, '기후 재앙'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에서는 여전히 61기의 석탄발전소가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2025년 석탄 및 원자력발전소 현황 지도'는 한국의 에너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충청남도, 경상남도, 강원도, 인천 등지에 석탄발전소가 집중되어 있으며, 일부는 1993년 준공된 보령 3·4·5호기, 삼천포 3호기 등 30년 넘게 가동 중인 노후 설비다.
특히 충남은 '세계에서 석탄발전소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STX분석
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노후 설비가 국민 건강과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다고 지적한다.

세금으로 연명하는 노후 석탄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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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석탄화력발전소 국내현황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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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탄화력발전소 국내 형황 및 LNG 전환계획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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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들 노후 발전소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진 1~4호기에는 3200억 원, 영흥 1·2호기에는 3409억 원이 환경설비 개선비로 들어갔다. 이는 2025년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예산(1563억 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기후위기의 대좋은정보
안이어야 할 태양광과 풍력은 예산 배분에서 여전히 '조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 사이, 낡은 석탄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위한 막대한 공공자금 지출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석탄발전소 37기를 LNG 발전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LNG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며, 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도 석탄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2036년 기준 LNG 발전소의 평균 이용률은 11.3%로 예측되며, 낮은 효율성과 높은 고정비용 문제도 함께 지적된다. 이러한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이라기보다 '회피'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 확대는 기후 해법이 아니다










▲  원자력발전소 국내현황


ⓒ 환경운동연합




원자력발전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2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울진과 울산 등지에선 4기의 신규 원전이 건설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원전을 '탄소 없는 청정에너지'로 포장하지만, 이는 위험한 착시다.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에는 수만 년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뒤따르며, 현재까지 이를 완전히 안전하게 처리한 나라는 없다. 게다가 지진, 해일, 테러 등 복합재난이 빈발하는 현실 속에서, 원전은 '리스크 없는 기술'이 아닌 '위험을 유보한 에너지'일 뿐이다.
울산, 부산, 경주 등 원전 인근에는 수백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사고로도 도시 전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쿠시마 참사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용주의 에너지 전환, 과연 충분한가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실용주의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을 천명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2024년 하반기 2차 추경에서 1,118억 원의 재생에너지 보급 및 금융지원 예산을 배정했다. 원전 관련 예산은 제외됐다.
또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RE100 산업단지, AI 기반 스마트그리드 구축 등도 추진 중이다. 이는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 참여형 전력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고 해서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부의 '2040년 탈석탄' 목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 시점인 2030년보다 10년이나 늦다. 석탄 수명 연장은 계속되고 있으며, LNG 전환은 기후위기의 본질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탈핵은 여전히 선언에 그치고 있고, 신규 원전 건설도 중단되지 않았다. 기후위기와 핵위기는 결국 하나의 위기다. 우리는 더 이상 그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 없다.
햇빛과 바람이 미래를 밝히도록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퇴장할 에너지'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닌, 사회정책의 문제다.
석탄발전소가 멈추면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삶도 흔들리고, 원전이 폐쇄되면 지역의 에너지 수급과 경제 기반도 변화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한 고용전환 지원, 지역경제 회복,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그리고 지역 협의에 기반한 송전망·인프라 구축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은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이는 현실의 변화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이자, 사회적 연대의 실천이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에너지정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한 전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탈석탄 일정, 더 강력한 재생에너지 투자, 더 정교한 사회안전망, 더 많은 시민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전환에는 '탈핵'이라는 시대적 결단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에겐 더 이상 핑곗거리가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이제는 검은 연기와 방사능 대신, 햇빛과 바람이 우리의 미래를 밝히게 해야 할 때다.